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예고하며 주목받는 팀 중 하나는 첼시다. 맨체스터 시티가 로드리의 부재와 부상자 속출로 고전하고, 아스널은 무승부가 늘어나며 주춤한 상황에서 리버풀이 독주할 것으로 보였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첼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과도한 선수단 정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팀 재건에 성공했다. 중원에서는 카이세도와 라비아가 경기를 단단히 조율하며 안정감을 더했고, 최전방에서는 니콜라스 잭슨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또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는 만능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와 기동력과 대인 수비에 강점을 가진 쿠쿠레야의 부활은 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프리미어리그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는 한 공격수를 주목해보려 한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첼시로 이적한 뒤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콜 파머다. "Cold Palmer"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그는 뛰어난 테크닉과 차분한 플레이로 팀의 기회를 창출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뉴캐슬전 선제골에 담긴 파머의 정교한 기술
아스널의 부카요 사카와 동세대인 젊은 공격수 콜 파머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나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조차 어린 시절 겪었던 ‘프리미어리그의 벽’을 전혀 느끼지 않는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 지역에서 플레이하며 중거리 스루패스를 정확히 배급할 수 있는 그는 뛰어난 찬스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다.
아스널의 마르틴 외데고르를 떠올리게 하는 넓은 활동 범위와 더 브라위너의 치명적인 롱패스를 겸비한 파머는 이번 시즌 더욱 위협적인 플레이어로 변모했다.
그의 공간 인지 능력과 볼 터치는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무너뜨리는 독창적인 플레이로 축구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단순히 스피드에 의존하지 않고 타이밍을 조절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파머는, 과감하고 강한 터치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데 능숙하다. 상대 수비수의 압박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후 정확한 스루패스를 통해 왼쪽 측면의 페드로 네투를 향한 장면은 그의 기술이 들어간 명장면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데, 정작 그 자리엔 없다!?
마르틴 외데고르와 케빈 더 브라위너가 커리어를 쌓으며 경기 관여도를 점점 높여왔듯, 콜 파머 역시 시즌을 거듭하며 그 수치가 상승하고 있다. 단순히 공격 작업뿐 아니라 빌드업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OPTA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머가 가장 선호하는 공간은 여전히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지만, 최근에는 오른쪽 측면의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동료들을 지원하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에 배치될 때도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내며 팀의 전진을 돕고 있다.
경기별 히트맵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지만, 정작 그 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본머스와의 경기에서는 오른쪽 윙어처럼 넓게 퍼진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었으며, 아스톤 빌라와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23-24시즌과 24-25시즌의 콜 파머 오픈 플레이 터치 수 비교
특히 팀을 위해 유연하게 플레이했던 경기는 뉴캐슬전과 브라이튼전이다.
뉴캐슬과의 경기에서는 에디 하우가 조엘링톤을 이용해 콜 파머를 맨마크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파머는 이를 역이용하듯 원래의 오른쪽이 아닌 왼쪽 측면에서 플레이했다. 이는 강력한 피지컬과 끈질긴 수비로 정평이 난 조엘링톤으로 첼시의 핵심인 파머를 억제하려는 뉴캐슬의 의도를, 첼시 감독 엔초 마레스카가 완벽히 간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물론 감독의 탁월한 예측 능력도 큰 역할을 했지만, 왼쪽 측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간 파머의 기술과 적응력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앞서 언급한 선제골의 스루패스를 포함해, 조엘링톤의 압박을 피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찬스를 만들어낸 파머의 활약은 돋보였다.
브라이턴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콜 파머가 있었다. 하이 라인을 설정한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오른쪽 측면의 낮은 위치로 이동하며 기점 역할을 늘린 것이 특징적이었다.
오른쪽 풀백에 가까운 포지션에서도 플레이하면서도 골과 어시스트를 꾸준히 생산하는 것이 파머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그는 마레스카 감독의 분석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어떤 역할도 소화하며 첼시의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원래 파머는 넓은 지역에서 부드럽게 볼을 받아내는 선수로, 살라나 사카처럼 높은 위치에서 자주 공을 받는 유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과 어시스트로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특별한 능력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득점 기회가 보이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주저하지 않는 점이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받아 마지막 패스만을 노리는 타입이 아니라, 자신의 진영에 가까운 위치에서도 위협적인 패스를 공급할 수 있다. 공격 상황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를 넘어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플레이도 능숙하다.
또한, 드리블로 공을 운반하는 능력을 갖춘 파머는 짧은 역습 상황에서 기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세로 방향으로 더 넓은 범위를 누비며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메이커로 진화하고 있다.
역사를 쓴 'PK 마스터' 콜 파머
콜 파머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페널티킥 기록마저 새롭게 썼다. 시즌을 통틀어 12번 연속 PK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였던 야야 투레로, 그의 기록은 11번 연속 성공이었다. 하지만 파머는 단순한 킥 기술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압도적이다.
실제로 12번의 PK 중 골키퍼가 킥 방향을 맞힌 경우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 그마저도 맞힌 골키퍼는 맨체스터 시티의 에데르송과 토트넘의 비카리오 같은 리그 최정상급 골키퍼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파머의 킥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파머의 왼발에서 나오는 슛은 정확하고, 노린 코너로 강하게 날아가 골키퍼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프리미어리그 데이터에 따르면, 19-20 시즌 이후 매 시즌 왼발잡이가 PK를 맡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야구에서처럼 "왼손잡이 투수를 상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골키퍼도 왼발잡이 슈터와 대결할 연습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콜 파머 역시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왼발잡이 PK 키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상대 골키퍼를 농락하듯 시도하는 파넨카 킥은, 이제 파머의 냉정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콜 파머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활약을 조명하고 있다. NBC의 축구 해설가 레베카 로우 역시 마레스카 감독의 의견에 동의하며 “파머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엘링 홀란드가 이번 시즌 다소 주춤하며 득점 기계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선수 후보 1순위는 단연코 콜 파머다. 그리고 그의 진정한 위협은 단순히 기록이 아닌, 팀을 위해 유연한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골과 어시스트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커] 데뷔 시즌 첫 경기 후 최장 무패 감독 (0) | 2024.12.18 |
---|---|
[공홈] 토트넘 핫스퍼, 넷플릭스와 오징어 게임 시즌2 콜라보레이션 (0) | 2024.12.18 |
[MD] "티보 쿠르투아"의 명패를 제거하려는 아틀레티코 (0) | 2024.12.18 |
[TribunaUA] 항소를 대비하기 위해 로펌을 선임한 무드리크 (0) | 2024.12.18 |
[디 애슬래틱] 바르셀로나의 다니 올모 등록 문제와 딜레마 (1) | 2024.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