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향한 리버풀의 '자이언트 스탭'이 남아있던 의구심을 불식시키다.
버질 반 다이크는 바위같은 표정이었다. 알리송 베케르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가슴을 두드리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기쁨에 찬 리버풀의 팬들에게 던지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도전적이었고, 냉정함에 초점을 더 맞춘 채 우승이라는 목표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이 날은 리버풀이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향한 또 다른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었다. 이번 시즌 그들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2-0으로 두 차례나 이겼다. 12월 초 안필드에서의 맞대결 이후 그들의 자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타이틀 경쟁에서의 압박을 처리하는 리버풀의 능력에 대한 그 어떤 의구심도 용납하지 않는 퍼포먼스였다.
만약 리버풀이 경박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거나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아스날이 그들을 추격할 만큼 무자비하게 뛰어난 모습이었다면, 리버풀이 지키고 있는 11점 차 리드도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네 슬롯 감독의 팀은 진지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알리송, 반 다이크 그리고 위력적인 모하메드 살라가 있다. 이 세 선수는 타이틀 경쟁에 완전히 몰두해 있는 모습이다.
살라의 환상적인 시즌(annus mirabilis)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살라는 27경기에서 25골을 넣고 있고, 이번에는 도미닉 소보슬라이에게 어시스트를 하나 더 기록했다. 이번 시즌 그의 하이라이트 모음은 계속 반복해서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측면에서의 날카로운 발놀림, 놀라운 패스와 크로스, 멋진 마무리들까지. 그러나 어떤 장면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살라의 이번 시즌이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퍼포먼스 중 하나로 여겨지는 와중에도, 그의 집중력과 생산력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그 우승이 가까워졌다고 느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살라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가까워졌다고는 말할 수 없죠."라고 이집트 공격수는 Sky Sport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그저 또 다른 우승을 원할 뿐입니다. 저와 이 팀의 훌륭한 선수들이 말이에요."
그의 바람은 분명히 드러났다. 살라는 시즌 초반에 자신과 동료들이 2020년 리그 우승을 얻었을 당시, 30년 만의 우승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하며, 이번에 프리미어 리그를 다시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챔피언스 리그보다도 더 리그 우승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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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꽃이 될 수도 있다. 살라와 반 다이크는 각각 32세와 33세이며, 리버풀 팬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겠지만, 그들의 계약은 마지막 몇 달을 남겨두고 있다.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논의는 막후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클럽은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 모두 매 경기마다 마지막 경기처럼 플레이하고 있다.
이러한 마인드셋은 리버풀을 이번 시즌 다른 프리미어 리그 팀들과 차별화시켰다. 아스날은 부상과 몇몇 기이한 심판 판정으로 불운을 겪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팀은 지난 두 시즌 동안에 자신들이 만든 기준을 넘어서지도 못했고, 리버풀의 일관성에 맞서지도 못하며 거의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리버풀은 경쟁자들에게 별다른 희망을 제공할 필요가 없었다.
27경기를 치른 현재, 리버풀은 승점 64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 동일한 시점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기록한 것보다 2점, 2022-23 시즌 트레블 우승 당시 맨체스터 시티가 기록한 것보다도 3점 더 많은 승점이다.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이 시점에서 더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역주 - 원문 기사에서 64점이 67점으로 표기 및 계산되어있어 수정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챔피언스 리그 리그 페이즈 첫 7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레알 마드리드, 바이어 레버쿠젠, AC 밀란 등을 격파했다) 예선 1위를 차지했다. FA컵에서 그들이 2부 리그 플리머스 아가일에게 패한 것은 충격적이었지만, 그 경기 슬롯 감독의 라인업 선택은 다음달 있을 뉴캐슬과의 카라바오 컵 결승을 포함한 앞으로의 일정을 고려하여 주요 경기에 우선 순위를 둔 것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 이제 리버풀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승점 90점 고지다. 현재 그들은 19번의 원정 경기 중 이미 15경기를 치른 상태다. 남은 11경기 중 7경기는 안필드에서 펼쳐지며, 리버풀은 2017년 이후 홈에서 열린 거의 모든 리그 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3개월 동안 페이스가 떨어진다고 해도, 이제 리버풀의 실수 허용 범위는 넉넉하다.
물론 슬롯은 여전히 그러한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다른 리그에서는 이런 리드를 가졌다면, 아주 편안할 것 같습니다."라고 전 페예노르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리그에서는 모든 경기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리버풀은 최근 확실히 시험 무대에 처했다. 이번 경기는 15일 사이 다섯 번 펼쳐지는 그들의 프리미어 리그 일정 중 네 번째 경기였다. 이 일정에는 에버튼을 상대로 한 격동의 머지사이드 더비 2-2 무승부, 안필드에서 울브스를 상대로 거둔 긴장감 있는 2-1 승리,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한 또 다른 2-2 무승부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경기 후, 뉴캐슬과의 홈 경기가 마지막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기묘하게도 6주 동안 단 한 번의 리그 경기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디펜딩 챔피언을 원정길에서 꺾어냈기에, 시즌 마지막까지 큰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갈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끔찍한 몇 달을 보내며 리그 4위로 처져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 자격을 얻기 위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시티의 현 상황을 미화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시티를 이긴 팀은 레알 마드리드(두 차례)와 파리 생제르맹, 아스날, 그리고 이제 리버풀뿐이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못하더라도 챔피언인 시티를 이기기 위해선 경기를 잘해내야 한다.
리버풀은 그런 측면에서 잘해냈다. 그러나 12월에 시티를 상대로 거뒀던 전반기 승리처럼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이 지배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슬롯은 자신의 팀이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허나 이번 경기 리버풀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도 더 훌륭한 침착함과 퀄리티, 그리고 회복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승리했다. 말 그대로 모든 부분에서 더 나았다.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그들의 어린 윙어 제레미 도쿠와 사비뉴가 "찬스를 만들 수 있는 공간까지 도달한" 횟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이를 언급했지만, 그들의 플레이에 마침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리버풀의 수비는 반 다이크와 이브라히마 코나테가 잘 지휘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마무리는 완벽해야만 했다. 그리고 반 다이크와 코나테는 모든 것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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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플레이는 살라가 시티 수비진을 붕괴시키는 방식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압두코디르 후사노프와 리코 루이스, 두 명의 20세 선수가 오른쪽 수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던 것이 리버풀에게 찬스일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리버풀은 오른쪽에서 매우 위협적이었다. 그곳에서 살라는 네이선 아케와 요슈코 그바르디올을 상대로 마음껏 경기를 펼쳤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라이언 흐라벤베르흐, 도미닉 소보슬라이가 살라를 지원했고, 그들은 침투를 통해 상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살라는 그 상황에서 마치 동료들을 조종하는 듯 보였다.
살라의 골은 14분에 나왔고, 그동안 드물었던 장면이 펼쳐졌다. 리버풀의 세트피스 공격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낮은 지표를 보이고 있었지만, 영리한 코너킥에서의 약속된 플레이는 결실을 맺었다.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가 가까운 포스트 근처로 패스를 넣었고, 소보슬라이가 빠져나와 페널티 지역 근처에 숨어있던 살라에게 공을 밀어넣었다. 이는 슬롯이 이번 세트피스에 영감을 준 그의 코치 애런 브릭스와 큰 하이파이브를 나누게 만드는 플레이었다.
전반전 리버풀의 몇몇 공격은 훌륭했다. 흐라벤베르흐, 맥 알리스터, 소보슬라이는 상대 시티의 중원에 비해 더 나은 패스와 기지를 보여줬고 그들을 압도했다. 과르디올라는 "a) 노쇠화되어가는 중원을 리빌딩할 방법은 있어" 그리고 "b) 하지만 내가 지난 몇 시즌 동안 그 기회를 놓쳤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흐라벤베르흐와 소보슬라이는 슬롯 하의 리버풀을 상징하는 완벽한 인물들이다. 둘은 각각 2023년 여름에 바이에른 뮌헨과 RB 라이프치히로부터 리버풀로 입성한 뒤, 쉽지않은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년 차에 접어든 그들은 둘 다 더 분명하게 정의된 역할 속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소보슬라이는 가짜 9번 역할을 맡았고, 살라의 패스를 받아 에데르송을 속이면서 왼발로 낮은 슈팅을 날려 전반전에 시티에게 큰 위협을 안기는 2-0을 만들어 냈다.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은 매우 지능적이고 규율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슬롯은 팀이 평소보다 훨씬 적은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 면에서 뛰어났다고 언급했다. 그들이 역습 상황에서 패스를 선택하는 방식은 두 골 외에 더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 있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시티의 새로운 영입생 후사노프는 몇 차례나 파이널 태클을 날리기 위해 몸을 날려야 했다.
살라는 이번 승리를 "놀랍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곳에서 경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죠. 그들은 강한 팀이고, 그들은 엄청난 감독을 가진 팀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우리가 경기를 이겨낸 것이 기쁩니다. 리그 우승 경쟁이 있는 상황에니 더 특별하네요. 놀라울 정도에요."
리버풀에게 이번 승리는 2018년 4월,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승리 이후 첫 에티하드에서의 승리였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2015년 11월 이후부터 시티 상대 원정승이 없어왔다. 그 당시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 막 부임했었고,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 이전 기록은 2008년 10월로, 당시 라파엘 베니테즈가 리버풀의 감독이었고, 시티의 팬들은 아부다비의 왕세자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의 영향력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고, 이 두 클럽 간에는 보드진 차원의 몇몇 갈등도 있었지만, 과르디올라와 클롭 사이에는 항상 특정한 존중이 있었다. 그들의 관계 속에는 아스날과 시티 사이에서 최근 몇 시즌 동안 벌어지고 있는 싸움처럼 적대적인 감정이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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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팬들은 그들의 승리를 만끽하며 "우리가 리그를 우승할 것이다"라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우승을 넘겨라, 맨체스터"를 연호했다. 마치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가 그레이터 맨체스터의 시장이자 에버튼의 팬인 앤디 버넘에 의해 그의 고향 머지사이드로 운송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은 아스날 선수들처럼 승리를 과시하지 않았다. 이 지점이 팀의 마인드셋 측면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스날 선수들의 행동에 대한 일부 비판("Stay humble" 사건과 같은 것들)들을 떠나서, 몇몇 아스날 선수들이 단지 시티를 이겼다고 마치 목표를 달성한 것 처럼 굴었다는 불편한 여론이 있었다. 이에 아르테타 감독조차도 "제 관점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리버풀 선수들은 자신들과 그들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리송, 반 다이크, 살라 등에게 이번 승리는 단지 또 하나의 승리, 단지 또 하나의 승점 3점, 단지 또 하나의 리그 타이틀을 향한 거대한 발걸음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