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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가디언] 살인적인 축구경기 일정, 그리고 선수들의 임금 체계

by 집도리1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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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1960년 대, 당시 PFA의 협회장이었던 '지미 힐'이 동료 축구선수들의 임금을 위해 파업을 통해 성공했을 시기.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에서 들린다. 밖에는, 현수막과 플래카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로드리와 엘링 홀란드가 형광 조끼를 입고 불타오르는 화로 주위에 모여 따뜻함을 얻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몇 분마다 뜨거운 차와 버터를 바른 스콘을 들고 나타난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연대를 표시한다. 이윽고 노래가 시작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뭐야?" 몇 초 동안 대답이 없다. 그러다 군중 뒤편에서 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카라바오 컵 없애는 건 어때?"

 

아쉽지만, 여기서 이 초현실적인 축구 파업의 모습을 멈춰야겠다. 자신감 넘치는 말들과는 달리,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 중 일부는 파업의 위협과 실제 파업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어떠한 노동 조치도 대회 주최자, 스폰서, 방송사들로부터 엄청난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파업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기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하고 연대할 수 있는 수단,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공통된 이유, 그리고 절박함이나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챔피언스 리그 선수들이 요구하는 '경기를 줄여달라'는 주장은 아무리 후하게 봐줘도 세 가지 중 0.5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네 번째 조건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집단 행동의 역사나 문화, 즉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축구 선수들이 '파업'한다고 할 때, 이는 진정한 의미의 파업이 아니다. 오히려 개별 선수가 다른 클럽으로 이적을 하려는 시도, 보통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뭐야?" 침묵. "우리?"

 

이것이 왜 축구 선수들, 즉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돈을 많이 버는 스포츠의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경기 일정 과다 문제는 게임의 최상위 선수들에게는 실제로 점점 더 심각한 문제다. 훈련이나 이동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훌리안 알바레스는 지난 시즌 클럽과 국가를 위해 75경기를 뛰었고, 필 포든은 72경기를 뛰었다. 로드리는 63경기를 뛰었지만 지난 주말 부상을 당해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결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본질적으로 상위 엘리트 선수들만의 문제다. 그들은 안정적인 계약을 맺고 세계 최고의 에이전트가 협상한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스포츠 연구 센터(CIE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즌 동안 6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전체의 단 0.31%였으며, 4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10% 미만이었다. 만약 상위 선수들이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방법은 WhatsApp 그룹을 통한 것이 아닌, 집단 행동을 위한 유일한 도구인 노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프로 축구 선수 협회(PFA), 전 세계적으로는 FIFPro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든 선수를 한데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노동자 연대는 기본적으로 자유 시장의 무제한적인 운영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업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은 바로 이 자유 시장에서 큰 혜택을 받아 왔다. 피라미드 하위에 있는 수천 명의 선수들은 출전 보너스에 의존해 적은 임금을 보충하고 있으며, 많은 축구 경기에 대한 반대 의사도 없다. 이렇게 상반되는 이익과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엘리트 클럽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경기 일정 과다에 대해 얘기할 때, 사실 속마음은 따로 있다. 챔피언스 리그나 프리미어 리그, 시즌 전 투어 같은 걸 줄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진짜로 줄이길 원하는 건 FA컵 재경기나 카라바오 컵, 국제 친선 경기다. 다시 말해, 비리그 클럽과 하부 리그 클럽, 그리고 지역 축구에 자금을 제공하는 축구 일정의 진정한 재분배적인 부분들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아마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일 거다. 최대 경기 수와 의무적인 휴식 기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대회는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큰 꿈을 꾸어 보자. 자주 스타 선수들이 경기 일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 그 해결책으로는 임금을 깎으라는 얘기가 나온다. 마치 축구에서 돈을 절약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만약 축구 선수들이 경기 일정이나 휴식 시간에 대해 논쟁을 멈춘다면 어떨까? 만약 그들이 단결해서 스포츠의 금융 구조 자체에 도전한다면? 클럽을 투자 수단으로 삼아 이익을 빼가는 구단주들에게 도전한다면 어떨까? 최고 선수들의 영향력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면, 이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다. 모든 선수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고, 내셔널 리그 미드필더가 개인 영양사를 고용할 수 있으며, 여자 슈퍼리그 윙어가 자신의 집을 살 수 있게 될 거다. 그들은 정부와 축구 기관들에 로비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일정을 스스로 결정할 힘을 가지게 될 거다.

 

이건 지금의 축구에서 돈을 더 공평하게 분배하고, 더 통합적이고, 성평등하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비전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만약 당신이 엘리트 축구 선수들의 에이전트라면, 수많은 엘리트 축구 선수들의 에이전트라면, 욕심에 찌든 이 스포츠에서 한몫 챙기고 있는, 너의 이익은 어디에 있을까?

 

수십 년간, 그리고 거의 모든 레벨에서 축구는 개인의 이익, 부족주의, 내부 경쟁, 개인의 획득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임금 불평등은 하늘을 찌른다. 임금 경쟁은 거의 모든 라커룸에서 일어난다. 이건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다. 불평등한 이익 분배가 핵심인 자본주의의 한 모습이다.

 

축구 선수들이 하나로 단결하면 이룰 수 있는 게 많다. 덴마크 남자 대표팀은 여성 팀 동료들이 같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들의 임금 인상을 거부했다. 국제 여자 축구 선수들의 단결 덕분에 FIFA에서 수백만 파운드의 보너스를 풀었고, 2026-27년까지 월드컵 상금을 동등하게 맞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고 선수들이 자신들의 투쟁이 다른 이들의 투쟁과 같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주급 30만 파운드를 받는 슈퍼스타와 난방도 안 되는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는 주급 300파운드의 왼쪽 수비수가 사실은 같은 착취와 박탈의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선수들의 연대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그날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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