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의사 표명, 올 시즌 끝으로 퇴단
안정과 지속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변동과 불확실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FSG (Fenway Sports Group)가 구단 매각을 타진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온지 몇 주만에, 이번에는 구단의 스포르팅 디렉터인 줄리안 워드가 사임의사를 표명해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워드의 결정에 구단주 측이 충격을 받았다는 건 수위가 다소 절제된 표현일 것이다.
워드가 전임자였던 마이클 에드워즈의 해당 직책을 이어받은 건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며, 지난 시즌에는 단계적인 업무 인수인계 작업이 시즌 전반에 걸쳐 진행되어왔다.
이적시장에서 에드워즈의 활약이 대단했기에 리버풀 입장에서 채워야될 공백이 광활했던 건 사실이나, 워드는 선수 임대 및 구단 파트너십 담당관 재직 시절때 부터 FSG 마이클 고든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만큼, 에드워즈의 후임이 될 준비를 오랫동안 해온 인사였다. 2020년 12월에는 부 (副) 디렉터로 승진해, 에드워즈를 보좌하기도 했다. 그만큼, 워드를 구단의 디렉터로 선임했던 건 자연스러운 권한 위임을 목적으로 진행한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결정이었던 것이다.
"줄리안 [워드]의 디렉터 선임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 조직이해도 유지가 보장되는 내부인사 승진으로, 리버풀의 업무방향성에 있어 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과 완전히 일치하는 결정입니다." 서면으로 작성한 작별인사에서 에드워즈가 전한 말이다.
하지만 워드는 5월, 재임 1시즌 만에 구단을 떠날 예정이다. 워드는 이직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구단 고위층에 확실하게 전하며, 축구계를 잠시 떠나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사임사유를 밝혔다. 구단주 측에서는 결정 재고를 설득했지만, 워드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이로써 소수지분 투자 제의와 30억 파운드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진 보유지분 완전매각에 대한 제의를 동시에 받고 있는 FSG는 신임 디렉터 탐색 작업에도 착수하게 되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 여름이 되면 또 한 명의 핵심인사인 이안 그레이엄, 리서치 디렉터 또한 구단을 떠난다. 선수 영입과정에 있어 기여도가 상당한 구단 정보과학 부서의 수장인 그레이엄은 10년간 근속한 인사지만, 구단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럽 축구계에서 중요성이 가장 큰 직책 중 하나인 디렉터에까지 오른 워드는 지금까지 대단한 출세 스토리를 써내려왔다. 스페인/포르투갈 지부 스카우트 책임자에서 구단 디렉터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이 채 안된다.
리버풀 에인트리 지역에서 태어나 컴브리아 지역에서 성장기를 보냈으며, 다시 리버풀 존무어스 대학교에 입학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워드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을 느낄만한 과정이었다. 논리그에서 선수로도 뛰어봤고, 데이터 처리회사인 프로존 (Prozone)에서는 컨설턴트로도 근무를 해봤던 워드는 2012년, 전 직장이었던 맨시티를 떠나 리버풀에 입사하게 되었다. 에드워즈가 그랬던 것처럼, 워드 역시도 항상 대중의 관심을 피해다니며, 본인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원치 않아했다.
그렇다면, 이런 워드가 리버풀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워드가 승진을 했을 당시의 상부 지휘구조가 더는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맡는 직책 역시도 그때와 동일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현 시점 리버풀의 상황이다.
2023년이 되면 구단 소유권의 이전이 예상되며, 결정적으로는 고든 사장이 구단 매각과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위해 구단 운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워드와 고든 사장이 업무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부분도 워드의 사임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리버풀에서는 구단 CEO인 빌리 호건의 책임권한이 전에 비해 상당히 커졌으며, 워드를 대체할 신임 디렉터 선임과정 역시 호건 CEO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주도 하에 진행될 예정이다.
2026년까지 계약이 유효한 클롭 감독은 최근 FSG의 구단 매각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은 계약기간을 준수할 것임을 밝히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격변의 시기에 위안을 주는 한줄기 빛이었다.
구단 고위 소식통들은 워드의 사임결정을 "예상치 못했던,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앞으로 몇 주간 호건 CEO와 클롭 감독이 축구운영부서 (주: 스포르팅 디렉터 담당부서)를 지원할 최적의 모델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입팀장인 데이브 팔로우즈와 수석 스카우트인 배리 헌터의 거취에는 변함이 없으며, 두 인사 모두 내부적인 평가는 좋지만 신임인사는 외부고용이 유력하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50m파운드를 지불하고 루이스 디아스를 영입했을 때, 클롭 감독은 토트넘과의 영입경쟁에서 승리하는데 일조했던 워드에게 공개적으로 박수를 보냈었다. 올 여름, 다르윈 누녜스를 영입했을 때도 워드의 포르투갈 연줄들이 힘을 발휘했었다. 누녜스의 이적료는 옵션 충족시 최대 85m파운드까지 올라가는 구단 역대 최고 지출액이었다.
이후에는 파비오 카르발류와 캘빈 램지 영입을 마무리지었고, 마네는 바이에른 뮌헨에 매각했다. 그리고 35만 파운드 이상의 주급에 모하메드 살라와 재계약을 체결해 불안했던 선수거취에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8월, 중원진이 줄부상을 당했지만 FSG는 선수 영입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을 꺼렸고, 결국 워드는 임시방편으로 이적시장 마감일에 유벤투스에서 아르투르 멜루를 임대해오는데 만족해야했다. 아르투르는 영입 당시부터 몸상태가 온전치 못했고, 공식전에서는 고작 13분 출장한 채 훈련 도중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잉여자원 매각으로 이적료 충당이 어렵다면, FSG의 자생 모델의 효과적 작동은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클롭 감독은 언제나 선수 영입의 최종 결정권자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적 정책과 선수 재계약에 있어 행사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4월 챔스 8강전을 앞두고 벤피카의 경기를 분석한 뒤, 누녜스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도 클롭 감독이었다.
퇴단은 확정되었지만, 구단 측은 워드는 당장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공식 퇴단일까지 본인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 언급했다. 고위 인사들 역시, 이는 일반적인 조치이며 워드의 퇴단은 구단의 1월 혹은 내년 여름 이적시장 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그들은 인품과 직업의식을 근거로, 워드가 퇴단일까지 구단 입장에서 최선의 이익을 위해 쉼없이 일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워드 주변 부서원 전반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해야할 일들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는 리버풀의 현재 상황이다. 월드컵으로 시즌 중반 휴식기를 맞이한 리버풀의 현재 순위는 6위로, 4위권과는 승점 7점 차다. 시즌 출발이 아쉬웠다.
돈이 꽤나 깨지겠지만 중원진의 대폭 개편도 필요하다. 나비 케이타,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제임스 밀너는 내년 여름 모두 FA 자격을 취득하며, 차기 시즌이 개막할 때 쯤이면 조던 헨더슨과 티아고의 나이는 각각 서른 셋, 서른 둘이 된다.
도르트문트 소속 주드 벨링엄은 리버풀의 1순위 영입목표지만, 레알 마드리드, 맨시티, 맨유와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만약 챔스 진출권을 따내지 못한다면, 100m파운드 이상의 몸값이 예상되는 벨링엄 영입에 대한 희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기존에 구상했던 후임자 계획은 이제 물건너갔다. 구성원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워드는 선수단 리빌딩을 총괄하는 인물이 되어줘야했지만, 이제 그 책임의 바통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리버풀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불확실한 것들이 정말 많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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