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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디 애슬레틱-피어스] '재장전된 리버풀'의 올 여름

by 집도리1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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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 여름, 리버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프리시즌 기간 중 팀의 주장인 헨더슨과 파비뉴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들어온 두둑한 제의에 마음을 뺏기며, 리버풀의 중원 리빌딩 작업은 기존에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그 스케일이 더 커지게 되었다. 

 

밀너, 케이타, 체임벌린, 피르미누가 이미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클롭 감독 입장에서는 구단에서 도합 1,600경기를 소화했었던 1군 선수 6명을 달랑 한 번의 이적시장에서 모두 잃게 된 셈이었다.

 

여기에 스포르팅 디렉터인 줄리안 워드까지도 부임 1년 만에 사임을 해, 독일 출신의 베테랑 인사 외르크 슈마트케가 축구판에서 은퇴하려던 생각을 접고 단기 계약으로 구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공백을 메우기 위한 리버풀의 여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카이세도에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111m파운드를 제의하며 브라이튼 측과 이적료 합의를 마쳤지만, 선수가 이를 거절하며 영입 경쟁 구단이었던 첼시로 이적했고, 또 얼마 안 있어서는 사우스햄튼 소속 선수였던 라비아 역시 안필드가 아닌 스탬포드 브릿지를 본인의 행선지로 선택하면서 리버풀은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봐야했었다. 

 

그런가하면, 사우디 프로리그 측이 살라에게 끈질기게 관심을 가지는 등 달갑지 않은 주변의 방해도 있었는데, 실제로 이 관심은 직전 시즌 리그 우승팀인 알 이티하드가 구단에 최대 150m파운드 상당의 이적료를 제의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었다.

 

 




하지만 구단주 펜웨이 스포츠 그룹 (Fenway Sports Group, FSG)은 단호한 입장을 취하며 살라를 잔류시켰고, 2주 전 있었던 이적시장 마감일에는 흐라번베르흐가 맥알리스터, 소보슬러이, 엔도에 이은 네 번째 여름 영입생으로 팀에 합류했다. 올 여름 리버풀은 네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총 145m파운드의 이적료를 지불했고, 이 중 52m파운드는 선수 매각으로 메웠다.

 

"재장전된 리버풀". 크게 변화한 선수단을 두고 클롭 감독이 사용했던 표현으로, 따낼 수 있었던 최대 12점의 승점 가운데 10점을 확보한 초반의 분위기는 분명 고무적이다.

 

특히 홈 개막전인 본머스 전과 그 다음 주말에 있었던 뉴캐슬 전에서는 각각 맥알리스터와 반다이크가 레드 카드 (맥알리스터의 경우는 이후 취소)를 받는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었지만 결국에는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맥알리스터와 소보슬러이의 빠른 활약으로 지난 시즌 대부분의 시간에서 부족함이 보였던 중원의 에너지, 역동적인 움직임, 창의성이 올 시즌에는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독일의 레전드 트라이애슬론 선수, 그리고 한 글로벌 광고 대행사의 전직 CEO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리버풀의 올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2.

독일 남서쪽 블랙 포레스트 지역, 도나우에싱겐 마을에 위치한 '호텔 외슈베르크호프 (Hotel Öschberghof)'.

 

그곳에서 리버풀 선수들은 자리에 앉아, 강연을 위해 전지훈련 캠프를 찾은 특별 게스트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 특별 게스트는 바로 얀 프로데노 (Jan Frodeno)라는, 태어난 곳은 독일이지만 남아공에서 성장기를 보낸, 트라이애슬론 종목의 GOAT 반열에 올라있는 인물이었다. 경력만 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2.4마일의 수영 코스, 112마일의 사이클 코스, 26.2마일의 러닝 코스를 완주해야하는 아이언맨 월드 챔피언십 (Ironman World Championship) 대회 우승이 세 차례다.

 

그런 프로데노는 메달이 산처럼 쌓인 본인의 커리어와 정상의 위치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무르는데 필요한,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는 섭외 연락을 받았고, 선수들에게 본인의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 그리고 피로가 느껴질 때 이를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현역 시절 얀 프로데노의 모습

 

 

선수들 입장에서 프로데노의 강연은, 새 시즌을 앞두고 베이스를 다지기 위해 하루에 세 번의 훈련 세션을 진행할 때도 있었을 정도로 빡빡하게 진행됐던 10일 간의 독일 전지훈련에서, 클롭 감독 그리고 휘하 코치들에게서 들었던 동기부여의 메시지를 보충해주는 시간이었다. 

 

사실 클롭 감독은 축구로 가득찬 환경에서 시선을 돌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작은 부분에서 성과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리버풀이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던 2019-20시즌을 앞두고서도, 클롭 감독은 독일 출신 서퍼 제바스티안 슈토이트너 (Sebastian Steudtner)를 초청해, 선수들을 대상으로 압박감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말해주고 또 수중 호흡법을 함께 써먹어보기도 하는 시간을 마련했었다. 

 

7월 중순 있었던 이 프로데노의 강연은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여름 후반부에 구단은 백룸 스태프들에게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도로 뽑아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또 다른 강연자 한 명을 섭외했다. 광고 대행사 사치앤사치 (Saatchi & Saatchi)에서 CEO를 오랜기간 지냈었고, 현재는 마케팅/리더십 자문 회사 레드 로즈 컨설팅 (Red Rose Consulting)을 이끌고 있는 영국인 사업가 케빈 로버츠 (Kevin Roberts)가 그 주인공이었다. 

 

로버츠는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역량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게끔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품고 다수의 국제구급 사업 뿐 아니라, 잉글랜드 크리켓 대표팀과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에서의 근무 경험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로버츠의 워크숍은 구단 커크비 훈련장에서 진행됐고, 클롭 감독을 포함한 일선 코치진과 의료, 피트니스, 운영 부서 스태프들이 이에 참여했다. 

 
 

2008년, 케빈 로버츠의 모습 
 
 
이 워크숍의 목표는 스태프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최고의 업무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모든 이들이 스스로 가치있는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정립케 하는 것이었고,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은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클롭 감독은 매순간 올 여름을, 2015년 10월부터 시작된 본인 체제 리버풀에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시간이라 바라봤으며, 그렇게 새롭게 꾸려진 팀이 좋은 모습을 보이기에 앞서 막후의 체계가 짜임새 있게 잡히기를 원했다. 

 

 

#3.

많은 문제들 끝에 챔스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던 지난 시즌, 리버풀은 시즌이 종료되기 한참 전에 이미 주드 벨링엄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당시 2명의 엘리트급 미드필더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시장을 물색하고 있던 리버풀은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그리 큰 돈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이외에도 구단은 벨링엄 캠프 측으로부터 선수가 리버풀을 본인의 행선지로 선택할 거라는 어떠한 암시도 받지 못했었던 데다가, 만약 영입전이 장기화된다면 그때는 대체 타깃에 해당되는 선수들을 모두 경쟁 구단에게 빼앗긴 뒤일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벨링엄은 6월 중순 최대 115m파운드의 이적료와 40만 파운드의 주급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고, 리버풀은 맥알리스터의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 맥알리스터의 영입은 슈마트케에게 바통을 넘기기 전, 워드가 구단의 스포르팅 디렉터로서 행한 마지막 영입이었다. 

 

맥알리스터는 선수가 브라이튼과 합의했던 계약 상 조항 덕분에 35m파운드에 영입이 가능했었던 매물이었다. 때문에 리버풀은 구단들 사이의 영입 경쟁을 의식해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구단 내 각기 다른 부서들 간 의견 합치를 거쳐 맥알리스터를 1순위 영입 타깃으로 낙점했다. 맥알리스터는 24살에,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월드컵 위너였다.

 

 




한편 또 다른 타깃으로는 마운트가 있었는데, 리버풀은 지난 시즌 하반기에 이미 첼시와의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던 마운트 캠프 측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상태였다. 하지만 마운트는 맨유로의 이적을 선호했고, 이를 차치하더라도 리버풀은 선수 영입에 필요한 재정적인 사항들을 충분히 맞추지 못했을 터였다. 맨유가 선수 영입을 성사시키는데 들인 이적료는 60m파운드, 선수 측에 제시한 주급은 25만 파운드였지만, 리버풀이 마운트의 몸값으로 생각한 금액은 40m파운드였다.

 
이처럼 마운트의 영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것이 곧 소보슬러이의 영입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구단에게 전화위복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리버풀은 올 여름 초에 이미 소보슬러이에 대해 영입 문의를 건넸었지만, 문제는 라이프치히와의 계약 구조였다. 선수에게 달려있었던 70m유로의 릴리즈 조항은 만기일이 6월 말일로 잡혀있었고, 이적료의 대부분을 선불로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라이프치히는 선수를 매각해야한다는 압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항의 만기일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다 낮은 이적료 혹은 기존과는 다른 이적료 지불 일정을 협상해보겠다는 생각은 리버풀에게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 숙고 끝에, 결국 FSG는 이적료 지출을 승인했다. 소보슬러이의 영입에는 선수가 구단의 리서치 디렉터 (*분석팀장), 윌 스피어먼의 데이터 모델 상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정이 내려지고서, 슈마트케는 라이프치히 디렉터 막스 에베를에게 연락을 해 소보슬러이의 릴리즈 조항이 발동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주급 요구치도 마운트에 비해 상당히 낮았을 뿐 더러, 24살의 마운트보다 21개월 젊은 선수고, 8번과 10번 역할, 그리고 스리톱의 측면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전술적인 유연성 또한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소보슬러이였다. 

 

"그냥 머신이었어요, 그죠?" 이번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아스톤 빌라 전에서 소보슬러이가 리버풀 소속 마수걸이 골을 기록하자, 클롭 감독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꺼낸 말이다. "전술적인 지능도 뛰어나고, 경기에서 지저분한 역할을 맡을 준비도 확실하게 되어있는 선수에요. 최고의 활약이었습니다." 

 

 




맥알리스터와 소보슬러이가 프리시즌 훈련이 시작되기 전 팀에 합류하면서, 리버풀의 선수단 사정은 꽤나 좋아보였다. 하지만 사우디가 접근해오면서 상황은 대폭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리버풀의 레전드인 제라드를 감독으로 선임한 알 에티파크가 헨더슨의 영입을 위해 접근해왔는데, 헨더슨은 클롭 감독과 본인이 기용 순위상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사우디 이적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양 구단은 최종적으로, 초기 이적료 12m파운드에 선수의 이적을 합의했다. 

 

이후에는 파비뉴 또한 사우디 공공 투자기금 (Public Investment Fund, PIF)의 자금 지원을 받는 네 개 구단 중 하나인 알 이티하드가 40m파운드로 이적 제의를 해오자, 구단 측에 이적 의사를 밝혔다. 

 

올 여름, 헨더슨과 파비뉴 둘 중 어느 한 선수라도 팀을 떠난다는 시나리오는 클롭 감독의 구상에는 없던 일이었고, 그렇기에 홀딩 미드필더의 영입도 그전까지는 계획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갑자기, 6번 역할을 수행해줄 미드필더의 영입이 '급한 불'이 되어버렸다.

 

과연 대체 자원을 마련하지 않고서 헨더슨과 파비뉴의 이적을 허락한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을까. 일단 구단 내부적으로는, 전성기가 지난 (헨더슨은 33살, 파비뉴는 다음 달 30살이 되는 선수다) 두 명의 고주급자를 52m파운드에 처분하는 것을, 거절하기에는 너무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리버풀에는 티아고와 디아스처럼 사우디 프로리그가 군침을 흘린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그런 관심에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티아고는 현행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여름, 자유 계약 신분으로 팀을 떠날 것이 예상된다) 

 
 




사우디가 진지하게 관심을 보였던 선수 중에는 알리송도 있었는데, 알리송은 구단주 측이 어떤 제안도 고려치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내세운 선수였다. 알 이티하드가 살라에게 관심을 보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알리송에 대한 구단주들의 입장은 아주 분명했다.

 

알리송은 구단에서의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으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사우디에서 관심을 보이기 전, 여름 중 알리송은 2027년까지 유효한 본인의 현행 계약에 포함된 조항이 발동되어 주급이 적잖이 인상된 상태였다. 인상된 주급에 따라, 현재 알리송은 살라와 반다이크의 뒤를 이어 선수단 내 주급 랭킹 3위에 위치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 프로리그가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친듯이 돈을 쏟아붓는 시점에서, 이러한 주급 인상은 훌륭한 폼을 보여주고 있는 알리송에게 구단이 본인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명한 결정이었다.

 

리버풀은 인센티브성 계약을 통해 활약이 좋은 선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구단으로, 알리송은 2022-23시즌 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선보인 선수였다.

 

한편, 새로운 6번 미드필더를 찾는 과정은 난이도도 높았고, 진행 속도도 더뎠다. 라비아의 이적을 놓고서는, 50m파운드를 넘어서는 사우스햄튼의 책정액에 제의액을 맞추는 걸 거부하면서 그보다 낮은 세 차례의 이적료를 제의했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거절을 당했었다.

 

싱가포르 투어 기간 중에는, 22살의 브라질 선수 안드레의 영입에 잠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소속 구단 플루미넨시는 현재 참가하고 있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Copa Libertadores, 남미 챔스. 현재 4강에 올라있음) 대회 성적을 이유로, 1월이 오기 전에는 선수를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을 리버풀에 전했었다.  

 

그러던 중, 리버풀이 영국 역대 최고 이적료인 111m파운드에 브라이튼과 카이세도의 이적료를 합의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구단의 야망찬 움직임에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카이세도가 첼시 행을 원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 환호성은 이내 씁쓸함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사실, 당시 리버풀은 첼시의 선수 영입이 지체되던 중 카이세도 캠프 측으로부터 영입 움직임을 독려받은 후 비로소 브라이튼에 이적료 제의를 건넨 것이었고, 그런 이적료는 헨더슨과 파비뉴를 사우디에 매각하는 뜻밖의 일이 있었기에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에는 다시 라비아 영입에 나섰지만, 또 한 번 첼시에게 영입전에서 패배하며 안그래도 좋지 못했던 상황은 더 악화되고 말았다.

 

리버풀에게, 카이세도의 영입 시도는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알고서 뛰어들었던 계산된 도박이었다. 리버풀은 이미 첼시가 1월부터 선수의 영입을 위해 물밑작업을 많이 진행해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올 리스크가 존재한다더라도 선수가 시장에 나와있는 이상 시도는 해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었다.

 

개막 주간 첼시와의 불안한 무승부 경기 이후, 리버풀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6번의 부재'라는 문제에 의외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16.2m파운드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엔도를 영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엔도 본인 마저도 놀랐었던 결정이었는데, 선수를 "늦게 핀 꽃"이라고 표현했던 클롭 감독은 서른 살의 선수에게 그 정도의 이적료를 투자하고 4년 계약을 제시하는 결정의 합리성을 FSG에게 설득해야 했다.

 

엔도를 영입한 뒤로, 리버풀은 전문 홀딩 미드필더를 또 한 명 영입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맥알리스터도 그 위치에서 뛸 수 있고, 장기 부상을 끊었던 티아고와 바이체티치 또한 차차 몸상태를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리버풀의 선택은 멀티성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고, 결국에는 이적시장 막판 바이에른 뮌헨이 마침내 그동안의 입장을 철회하고 흐라번베르흐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

 

 




올 여름, 리버풀의 영입은 네 건 중 세 건이 분데스리가 산이었는데, 그 과정에서는 슈마트케의 독일 연줄도 제 역할을 해줬다. 사실상 임시 디렉터라고 볼 수 있는 슈마트케의 계약기간은 올 시즌이 끝나는 시점까지다. 최근 리버풀은 인사 구조 상 많은 변화를 맞이했지만,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장기 근속 인사인 영입팀장 데이브 팔로우즈와 수석 스카우트 배리 헌터는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하며 여전히 구단에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는 한편, 구단주인 FSG는 올 여름 살라에 대한 본인들의 입장을 끝까지 유지했다. FSG의 마이크 고든 사장은 150m파운드에 달하는 구두 제의를 거절하며 살라의 거취 문제는 아예 끝난 문제라는 뜻을 내비쳤고, 결국 구단 간 협상은 일절 진행되지 않았다. 구단주의 이러한 입장 덕분에 안그래도 잔류 의지가 확고했었던 살라는 사우디 이적시장이 마감되는 그날까지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바랐던 새로운 센터백은, 적합한 가격대에 물어올 수 있는 적합한 매물이 없다는 구단의 판단에 따라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20살의 자렐 콴사가 스텝 업을 해주고 유사시 백업 역할을 잘 수행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년 여름이 되면 마팁이 계약기간 만료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24년 중에는 수비진 보강이 이뤄질 예정이다.

 

베테랑들의 이탈이 많았기에, 선수단 내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주장과 부주장으로 임명된 반다이크와 알렉산더 아놀드가 전보다 많은 책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쓰라림도 물론 있었던 여름이었지만, 결국 리버풀은 그런 상황에 유연히 대처해냈다. 

 

젊은 재능들로 중원진을 개편한 리버풀은 기존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지금보다 어려운 시험대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올 여름 클롭 감독이 이끄는 "재장전된 리버풀"은 이를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탄탄한 기반을 다져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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